오늘 밤

오늘은 평소와는 다르게 조금 한적한 길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렇게 멀리 돌아가는 것 같지는 않았다 몇 대 없는 옆 차선의 차들이 휘-익 지나칠 때마다 살짝 한기가 느껴졌다 흡사 차들이 지나면서 일으킨 바람이 닫힌 내 차의 창을 뚫고 세차게 불어 대는 듯했다 삼복더위에 한기라… 차의 에어컨을 끄고 손바닥 두께만큼 창문을 열었다 거친 바람 소리와 함께 후덥지근한 바람이 머리카락을 헝크러뜨린다 그러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이마엔 땀이 맺혔다 다시 창을 닫고 에어컨을 켤까 그때, 옆 차선으로 제법 덩치 있는 차 한 대가 쏜살같이 지나쳤다 그 덩치만큼의 세찬 바람이 내 차를 흔들었고 나는 휘리릭 자기장을 잃어버린 나침반처럼 흔들렸다 돌아오는 길마다 나는 그랬다 나를 둘러싸고 움직이는 모든 것들에 예민했다 생각하는 것들에 몸이 반응했다 오후부터 쏟아진 비 때문인지 오늘은 유난히 더 심했다 신호등의 불빛이 물기 있는 도로 위에 그 빛을 더하며 가야 할 때와 말아야 할 때에 관해 신호를 보냈다 온 동네를 새빨갛게 물들이며 멈추라는 신호를 보면서 나는 여태까지 누군가의 신호에 따라가고 멈추기를 반복했었나 오늘 밤, 돌아오는 길 적어도 나는 내가 만든 신호에 따라 갈 때와 멈출 때를 결정하고 싶었다 별빛조차 없는 시커먼 하늘을 올려다보며 이를 악물었던 것 같다